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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어떻게 가장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됐을까?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자켓(사진=Switchbacktravel)

이제 일교차가 10도 이상의 큰 폭으로 벌어졌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유니폼으로 불릴 만큼 많이 보이는 옷이 있으니, 바로 ‘플리스(Fleece)’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처음 출시된 플리스는 따뜻하고 편안한 착용감으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플리스가 유니폼으로 통용되던 의외의 곳이 있는데, 바로 금융의 중심지인 ‘월 스트리트’다.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입은 월 스트리트 금융인(사진=Gettyimages)

2008년 일어났던 금융 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이후 캐주얼한 복장이 보편화된 월 스트리트에는 “조끼만 보면 누가 월 스트리트의 금융업 종사자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조끼를 애용하는 회사가 많았다.

그런데 2019년, 파타고니아는 돌연 “이제부터 친환경적인 기업에만 조끼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하며 환경 활동과 관련된 기준에 미달된 기업에는 조끼를 판매하지 않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조끼가 월 스트리트 금융인의 상징과도 같이 굳어진 만큼, 지속적인 수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다하는 파타고니아의 결정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자사의 자켓을 사지 말라는 파타고니아의 광고(자료=Patagonia)

파타고니아의 독특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1년에는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많은 기업이 더 높은 판매율을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것과는 반대로, 뉴욕 타임즈에 “자사의 옷을 사지 말라”며 광고를 걸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가 소비자에게 구매를 재고할 것을 장려하지 않으면서 환경 변화를 위해 일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위선”이라고 말하며, 무분별한 소비를 막고 보다 적게, 그러나 신중하게 소비할 것을 권고하기 위해 해당 광고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행보는 마치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목적은 지구, 사업은 수단”이라는 파타고니아의 경영은 올해만 2조15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는 등, 오히려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실적뿐이 아니다. 한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2020년 32위를 기록했던 파타고니아는 1년 뒤인 2021년에는 무려 31계단 상승한 1위를 기록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파타고니아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책임감 있는 기업, 파타고니아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투자자와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투자 결정의 기준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라고 말했고, 래리 핑크의 발언 이후 ‘ESG 경영’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 ESG: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ce)의 알파벳 앞 글자 딴 용어로,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많은 기업이 탄소 중립 등 ESG적인 행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파타고니아의 행보도 ESG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더러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ESG는 ESG펀드와 관련한 상장회사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ESG는 가이드라인, 규제, 법 등을 강조한다. 비상장 기업인 파타고니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타고니아는 어떤 기업이라고 봐야 할까?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은 한 칼럼에서 “기업이 자신의 경영 활동에서 발생한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는 ‘CSR’이 외부적 평가와 보상 프레임인 ESG보다 훨씬 고차원적 경영 활동”이라며, “파타고니아는 CSR적인 동시에 가장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자로,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사진=Patagonia)

실제로 파타고니아가 비상장 기업으로 남은 것은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결정 때문이다. 2022년 이본 쉬나드는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파타고니아는 이제 공개 기업(Going Public)이 아닌 목적 기업(Going Purpose)이 된다.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다”라며 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의 ‘의결권주(Voting Stock)’ 전부를 파타고니아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신탁회사에 기부했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위한 필수적인 재투자 비용을 제외한 모든 이익은 환경 위기 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이본 쉬나드는 이 결정으로 약 244억원에 달하는 세금도 부담하게 됐다. 우회적인 방법을 통한 기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부 방식은 비상장기업의 지분 매각이나 기업 공개 등을 통해 더욱 지분 가치를 키우는 기업의 일반적인 방법과도 달라 화제가 됐다.

파타고니아가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는 것은 이렇듯 외부적인 평가나 요소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본연에 집중한 까닭이다. 이본 쉬나드 본인이 평생 환경 보호에 이바지해온 만큼 파타고니아는 50년의 역사 동안 다양한 CSR 활동을 지속해왔다.

파타고니아의 CSR 활동

제품 생산과 비즈니스가 야기하는 환경 파괴에 책임을 지는 파타고니아(자료=Patagonia)

🌱 지구세(Earth Tax)
파타고니아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는 파타고니아가 적자를 볼 때도 멈추지 않았다.

🌱 탄소 감축 계획
‘환경 손익(Environmental Profit & Loss, EP&L) 지수’를 통해 제품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 폐기물을 측정하고 폐그물 등 재생 소재를 사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 탈화석 연료 활동
캘리포니아의 오일과 가스 개발을 막기 위한 싸움을 담은 ‘Distric 15’, 유럽의 민주적 에너지 전환을 다룬 ‘We The Power’ 등 지역 환경 단체를 후원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동시에, 실제 지역 커뮤니티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 환경 단체 후원
파타고니아는 지난 5년간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활동하는 환경 단체에 14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해왔다. 동시에 일반 시민과 지역 환경 단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Patagonia Action Works)’도 확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

새옷 구매를 지양하자는 파타고니아의 광고(자료=Patagonia)

파타고니아의 기업 활동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앞서 언급한 “지구는 목적, 기업은 수단”이라는 파타고니아의 슬로건처럼,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한 활동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 등 기업의 영리 활동에서 야기되는 불가피한 환경 파괴에도 책임을 지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진정성은 과거에는 조명 받지 못했을지 몰라도, 현 시대에는 분명 빛을 발하고 있다. 2022년마케팅 기업 ‘아코스타(Acosta)’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69%가 소비 활동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며,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85%는 미래에도 항상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 답했다.

이렇듯 소비자가 기업과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 태도가 주요한 고려사항이 된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진정성 있는 면모는 소비자를 사로잡는 큰 강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평판 1위를 달성한 파타고니아(자료=Visualcapitalist)

실제로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와 미국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에서 실시한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2020년 32위를 기록했던 파타고니아는 1년 뒤인 2021년에는 무려 31계단 상승한 1위를 기록했으며, 같은 매체에서 2023년 약 1만6000여 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를 묻는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전세계적인 흐름이 된 래리 핑크의 발언이 2020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2020년 이후 파타고니아 평판의 폭발적인 성장과 두터운 지지는 환경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마침내 빛을 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갑이 아닌 마음을 사로잡아야

많은 기업이 더욱 짧은 기간에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을 고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랑 받으며 살아남는 비결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을 기업의 지지자로 만드는 데 있다. 진정성 있는 기업의 행보에 공감하고 이에 결을 같이하는 팬이 된 소비자는 외부의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기업을 지지하는 바탕이 된다.

이본 쉬나드 본인의 철학을 담은 저서(자료=Patagonia)

이본 쉬나드는 “앞으로의 7세대를 바라보는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직원과 소비자에게 본인의 저서와 기업의 행보를 통해 공유했다. 1991년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전체 직원의 20%를 해고해야 했던 파타고니아는 이를 통해 형성된 단단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또 다시 불황을 마주한 2008년에는 오히려 25%의 성장세를 보였고, 이제는 가장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됐다.

오래 걸어야 하는 요행 없는 길과 지름길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지름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오래 걸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업이라면 함께 걷는 든든한 동행자가 늘어가기 마련이다. 오래도록 사랑 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50년간 파타고니아가 걸어온 발자국을 들여다보자.



자료출처 :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가장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됐을까?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