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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 적자 해치웠나?




트렌비, 적자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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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급성장한 버티컬 커머스는 역시 명품 플랫폼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흔히 머/트/발이라고 묶어 부르는 3사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엔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상당한 수요가 이동하였고요. 다양한 플랫폼들이 명품 전문관을 론칭하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명품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올해 3월 기준 명품 커머스 3사 앱의 월간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49%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명품 플랫폼들도 전략 변경에 나섰습니다. 성장 중시에서 수익 중시로 급선회한 건데요. 이들 모두가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가장 먼저 BEP 돌파에 성공한 건 바로 트렌비였습니다. 3월 월간 기준이긴 하지만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건데요. 트렌비는 마케팅 효율성 개선, AI 기술 기반 운영의 고도화, 그리고 중고 제품 리세일 신사업의 성장이라는 3가지 요인 덕분에 흑자 전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비결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 봤습니다

트렌비가 본격적으로 수익 기조로 돌아선 건 작년 7월부터였다고 하는데요. 비록 2022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882억 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 적자를 300억 원 규모에서 200억 원 규모로 무려 31.5%나 줄이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 광고 선전비는 거의 60% 가까이 절감하였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연간으로는 여전히 영업손실률이 -23.6%에 달할 정도로 흑자 전환의 길은 멀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비결을 당사자인 트렌비 박경훈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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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메일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Q) 흑자 전환까지 거의 10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6개월 정도를 예상했는데, 명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당초 예측했던 거래액과 차이가 나면서 많이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적자 폭은 작년부터 꾸준히 줄고 있었고, 작년 10월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황이었습니다.

Q) 흑자 전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들을 진행하셨나요?
A. 주변에 조언을 구했을 때 공통된 이야기는 지출을 줄이고,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용과 조직을 축소하라는 거였습니다. 이에 따라 먼저 조직 전체의 목표를 거래액이 아닌 판매이익으로 조정하였고요. 우선 조언대로 마케팅 효율을 개선하였습니다. 이때 CRM을 개편하여 자동화 알람 기능을 보완하고, 추천 AI 고도화가 큰 역할을 하였고요. 또한 오퍼레이션 측면에서는 정가품 감정 AI를 개발하여 베타 서비스 오픈 후 감정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고 사업을 지속 성장시켜, 새 상품 판매는 다소 줄더라도, 중고 거래액의 성장을 통해 이를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Q) 리셀 시장 역시 경쟁 과열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렵지 않나요?
A. 팬데믹 시기 리셀 시장이 과열되었던 건 맞습니다. 다만 저희는 C2C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고, 리셀 보다는 실사용했던 중고 거래 중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 같습니다. 이 시장은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제대로 하고 있는 사업자가 없거든요. 다만 오프라인 중심의 플레이어로 고이비토나 구구스가 존재하는데 향후 이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흑자 전환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A. 예상보다 더 거래액 성장이 둔화되면서, 결국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요. 30%의 인력의 권고사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신규 사업팀은 거의 정리해야 했는데,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글로벌 진출도 접어야 했고요. 이러한 과정이 가장 뼈아팠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트렌비는 고통스러운 노력 끝에 월간 흑자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하게 이에 대처하는 결단을 내리며, 모든 조직의 목표와 실행을 이에 맞춰 정렬한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는데요. 월간을 넘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쏘카의 박재욱 대표 역시 개인 블로그에 빠른 전환 속도의 중요성을 그 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회사가 처한 상황의 차이도 있겠지만, 3월부터 전환에 나선 쏘카는 연중 성과를 거둔 반면, 7월 이후 움직인 트렌비는 올해가 돼서야 첫 결실을 얻게 된 점도 의미 있다고 보았고요. 기업은 정말 빨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트렌비는 어떻게 될까요? 월간을 넘어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명품 플랫폼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트렌비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이번 흑자가 단발성이 아니라, 쭉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하고요. 어느 정도 이러한 작업이 완료되면, 거래액 규모도 적어도 줄어들진 않도록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품 시장은 상품 공급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박경훈 대표 역시 병행 수입 벤더들의 입점 비즈니스 모델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래서 트렌비는 해외 직소싱과 중고 사업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 하고요.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트렌비가 테크 역량을 갖춘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비는 대표부터 개발자 출신으로, 가격 비교 솔루션에서 시작되었고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쌓아온 기술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AI 기반의 감정 효율화 등은 더욱 고도화되면, 적어도 한동안은 확실히 타 플랫폼 대비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한 트렌비가 기술 기반으로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지, 앞으로 명품 플랫폼 간 경쟁은 전혀 다른 구도로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