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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흑자보다 중요한 3가지 시그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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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흑자는 기본입니다

쿠팡이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어느덧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은 하반기에 손익이 좋아진다는 걸 감안하면, 올해 연간 흑자도 큰 변수만 없다면 무난하게 가능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쿠팡의 흑자가 '일시적'일 거라는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2개 분기 연속으로 쿠팡이 이마트를 앞질렀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매출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은 물론,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까지 감안하면, 쿠팡의 우위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쿠팡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더욱 놀라운 점은 앞으로의 쿠팡은 더욱 강력해질 거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쿠팡의 추가적인 성장을 가로막던, 억제기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고객 수, 비전펀드, 반쿠팡 연대

그간 연이은 흑자 달성에도 쿠팡의 주가가 반등하지 못했던 건, 우선 손익 개선이 일시적일 거라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였고요. 또한 활성 고객 수 규모가 2021년 4분기 이후 1,800만 명 전후에서 정체되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손익 개선과 성장 가속화를 동시에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익을 늘리려면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반대로 성장하려면 돈을 더 태워야 하니까요. 쿠팡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자연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무언가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단, 당장의 흑자를 유지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활성 고객 수는 정체되었던 거고요.

그러나 작년 3,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이후, 쿠팡은 드디어 결단을 내립니다. 정체된 활성 고객 수 반등을 위해 로켓와우 멤버십 고객 대상으로 쿠팡이츠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겁니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작년 4분기 1%에 불과했던 전년 대비 활성 고객 증가율이, 올해 1분기 5%, 2분기에는 무려 10%로 가속화되었거든요. 여기에는 추가적인 콘텐츠 투자를 통한 쿠팡플레이의 성장도 한몫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쿠팡의 신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기준 적자는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2.4배나 증가합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즉 쿠팡은 성장에 돈을 더 쓰더라도, 흑자를 유지하는 건 물론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쿠팡은 돈을 더 쏟아부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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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쿠팡이 수익과 성장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시작하자, 주가 역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쿠팡의 주가가 상승하자, 가장 반색을 한건 역시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였는데요. 쿠팡과 그랩 등의 주가가 회복하면서, 소프트뱅크의 대외투자를 담당하는 비전펀드가 무려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하자, 지난 6월 손정의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비전펀드의 투자 방향을 '방어 모드'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쿠팡은 그간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악화되며, 손익 개선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요. 실제로 쿠팡의 투자가 재개된 것 역시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회복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결국 여러모로 쿠팡의 진격은 더욱 강력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반면에 이를 상대해야 할 반쿠팡 연대에서는 벌써부터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네이버는 슬슬 쿠팡과의 외형 거래액 규모 경쟁에서는 발을 빼려 하고 있고요. 또한 브랜드 입장을 대변하던 LG생활건강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모두가 똘똘 뭉쳐도 승산이 높지 않은 마당에, 심지어 이렇게 흩어진다면, 쿠팡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대만에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쿠팡의 앞날이 마냥 순조로운 건 또 아닙니다. 해당 분기 동안 1번 이상 쿠팡을 이용한 활성 고객 수가 2분기 기준으로 무려 1,971만 명에 달하는데요. 이는 국내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추가적인 기회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쿠팡이 과연 어디까지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쿠팡은 여전히 국내 소매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자신들의 점유율이 낮다는 걸 강조하고 있고요. 실제로 앞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장률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를 아주 오래 지속하긴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미국의 테크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서 쿠팡의 2분기 실적 발표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 '대만 투자 본격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결국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인정받았던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하려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공식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데요. 그리고 쿠팡이 선택한 무대가 대만 시장입니다. 아마 올해 말 혹은 내년 상반기 정도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숫자로 보여줘야 할 텐데요.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