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D 사이의 C] 왜 식품 기업의 DTC 성공 사례는 찾기 어려울까
코로나 초기, 많은 온라인 식품 기업들은 핑크빛 미래를 그렸습니다. 항상 보도자료에는 ‘국내 식품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낮은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섹터에 속한 그들에게도 핑크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보였습니다.
다만, 2023년 현재 생각보다 온라인 식품시장은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상장 철회를 결정한 컬리와 오아시스도 그렇지만, 제조한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DTC(Direct To Customer)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눈에 띕니다. 최근 네이버 실적발표 이후 브랜드스토어를 살펴보니, 식품 DTC 비즈니스를 외쳤던 대다수의 기업들이 자사몰 이외에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특히 DTC 성공 사례를 찾다 보면, 대부분 나이키와 같은 패션·명품 카테고리에 치우쳐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왜 식품 기업은 많은데, 왜 성공적인 DTC 비즈니스 사례가 적을까?
그래서 오늘은 식품 기업들이 DTC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품 다양성의 부족
많이 만들면 썩는다
첫 번째로 제품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품의 다양성이 적다는 의미는 해당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사이트 방문 동기를 저해 시킵니다. 특히 개성 있는 특별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방문할 이유가 적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올라오는 나이키 스니커즈 피드 (사진: Nike)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이키에서 출시한 정품 신상 에어맥스를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기꺼이 나이키닷컴에 가입하고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 및 혜택이 큰 차이가 없다면) 햇반을 구입하기 위해 CJ더마켓에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육류, 샐러드 등 다른 식료품과 함께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 쿠팡, SSG에서 함께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입니다.
이처럼 고객이 사이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적다는 것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신봉하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어렵게 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하나의 상자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넣어서 고객에게 배송하면 상자에서 발생한 거래액 대비 배송비, 포장비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식품의 경우, SKU(재고보관단위)가 늘어날수록 분류, 보관, 주문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비례해서 증가합니다. 냉장, 냉동 여부만 따져도 보관뿐만 아니라 포장, 배송의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데이터: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2023.02.03 데이터 기준)
식품 기업들이 적은 SKU를 운영한다는 점은 데이터를 통해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의 카테고리별 관심고객수와 평균상품갯수를 살펴보았습니다. 식품 카테고리에는 CJ제일제당, 종근당건강, 롯데칠성음료, 풀무원, 코카콜라, 네슬레 등 내로라하는 식품기업들이 입점한 상태입니다. 이런 몰들이 포함됐음에도 식품 카테고리는 평균 관심고객수 대비 평균 상품수가 낮은 영역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식품 DTC 기업은 제품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그들의 자사몰로 고객을 유입하는 것에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식품 기업들은 카페24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 개발을 통해 자사몰을 구축했음에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를 함께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하는 경우, 네이버 ‘장보기’에서 ‘브랜드직영관’이라는 형태로 고객의 장보기에 노출되도록 지원하는 점이 식품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높은 고객 유지 비용
브랜드 파워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선
두 번째로 고객을 확보하는데 높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모든 자사몰이 오픈마켓/플랫폼에 입점하는 것보다 고객 확보에 높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다만 식품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더라도, 전환비용과 구매요인 측면에서 확보한 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사진: 쿠팡)
우선, 소비자에게 식품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환비용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아이폰에서 갤럭시, 또는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변경하는 것은 까다롭습니다. 이어폰, 충전기 등 주변기기 변경을 위해 비용이 필요하며, 학습을 하는 것에도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 식품은 그런 전환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햇반을 사랑하는 사람도 오뚜기밥이 개당 몇 백 원 더 싸게 팔고 있다면, 아마 오뚜기밥을 구매할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구매요인에서 브랜드 영향력이 낮다는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2021년 진행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식품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에서 ‘가격’ 및 ‘프로모션 및 쿠폰 증정’과 같은 요소가 2020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아마 물가가 오른 요즘은 이런 금전적인 것들이 더 강력한 구매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 자사몰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CJ더마켓)
그럼에도 DTC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로열티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가격의 영향력이 높다면 기업들은 프로모션 및 가격할인을 통해 고객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경우 다수의 체리피커로 양질의 고객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식품 DTC 성공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식품 기업들은 로열티 있는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 멤버십을 통해서 높은 혜택의 연간이용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서비스 기업인 카페24는 스토어를 통해 사업자가 멤버십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이 낮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멤버십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에도 식품 DTC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만들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로 최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식품 사업은 상품 다양성, 브랜드 구매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 이외에도 공급망, 식품에 대한 규제 등 어려움이 많은 영역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공적인 DTC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DTC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료출처 : [B와 D 사이의 C] 왜 식품 기업의 DTC 성공 사례는 찾기 어려울까 - 모비인사이드 MOBI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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